프랑스, 일본|드라마|97분|2008-04-24
감독 가와세 나오미
출연 우다 시게키 (시게키) 오노 마치코 (마치코)
자체평점 : 6.7/10
<줄거리>
아이를 잃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마치코는 시골의 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보살피며 살아간다. 그 중 시게키를 눈 여겨 살펴보던 마치코는 그를 아내 마코의 무덤이 있는 숲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차가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마치코가 도움을 요청하러 마을에 간 사이 시게키가 사라진다. 시게키를 찾아 헤매던 마치코는 결국 숲을 향해 가고 있는 그를 찾아내게 되고, 힘든 여정 끝에 그들은 결국 마코의 무덤을 찾아내는데….
<독단과 편견이 가득한 영화평 - 너를 보내는 숲>
지난해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일본의 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작품 ‘너를 보내는 숲’은 어느 사회에서나 소외된 존재인 여성과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간병인과 치매노인간의 소통과 숲을 헤매는 여정을 통해 삶의 의미와 사랑하는 이의 죽음..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고독하면서도 가슴 찡한 이별의 감정을 특정한 서사없이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짙푸른 숲 사이로 상여가 유유히 지나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침울하고 슬픔이 지배하는 화면 대신, 믿을 수 없을 만큼 평화로운 화면이 펼쳐진다. 이 장면만으로 영화 전체를 관통할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죽음’ 자체가 주는 원초적인 슬픔은 초탈한 지 오래. 다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산사람의 삶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남겨진 이가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저만의 방식으로 부여잡고, 또 그것을 어떻게 놓아주는지를 느긋하게 바라볼 뿐이다.
치매증세를 보이는 시게키의 33년 간 꾹꾹 눌러 담은 그리움의 감정은 쌓이고 쌓여 있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지만, 간병인 이자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마치코와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여정을 통해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의 마음 속에 있는 상처와 상실의 흉터를 치유해 나아간다. 표면적으로는 영화는 시게키가 아내의 무덤을 찾는 과정을 담지만, 이는 죽은 아내를 마음 속에서 떠나 보내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내가 죽은 1973년부터 33년간 써온 33권의 일기장은 시게키가 보낸 애도(哀悼)의 세월에 대한 증거이다. 상처 입은 내면은 소리없이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어서 마치코와 시게키는 곧 편안한 사이가 된다. 어느 날 마치코는 시게키를 아내의 무덤에 데려다주게 되는데, 자동차 고장으로 숲에서 길을 잃는다. 헤매고 다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미로 같은 숲에서 이들이 보낸 이틀은 놀라운 치유의 시간이다. 서로의 체온으로 어둠과 추위를 물리치고 맞이한 아침, 이들은 가슴속에서 차마 떠나보내지 못했던 아내와 아이를 놓아준다. 영화의 원제인 ‘모가리의 숲’에서 모가리는 ‘상(喪)이 끝난다’라는 어원을 갖는 단어로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간 혹은 장소를 의미한다.
숲이라는 규칙이 없는 공간에서 숲의 생명력과 대비되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해 나가는 모습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감없이 차분하게 그려낸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서사적 구도가 없어 관객들에게는 따분하고 재미없게 느껴지지만, 규칙이 없는 자연의 공간에서 길을 잃고 서로를 의지하고 소통하며 치유하는 평범하고 잔잔한 과정이 우리 삶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넌지시 제공한다. 사람들은 삶과 죽음으로 인생을 나누지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지속적으로 삶의 곁을 떠나지 않듯이 이별과 치유과정에는 인간이 정한 어떠한 규칙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영화 전체를 통해 나오미 감독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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